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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홍식 작은집 - 빨리 본문

유아인/1일 1작은집

엄홍식 작은집 - 빨리

LSGO 2016. 5. 6. 20:16

빨리


2007.11.05 02:57



빨리 나이를 먹었으면 좋겠어.


어른이 될 준비는 됐고?


아니, 어른이 되고 싶진 않아

단 한번도 어른이 되고 싶었던적은 없었어


근데 왜 나이를 먹고 싶단 거야?

넌 항상 어리고만 싶댔잖아


어린게 좋으니까

잃어버린 10대. 파란 기억

얼마나 좋냐?


말만 들어도 떫다 야.


떫지. 이제 막 꽃을 떨구고 맺힌 떫은 땡감같지. 근데,

그게 좋잖아. 그게


넌 젊어. 충분하다 못해 흘러 넘칠만큼.


알아, 하지만 시간은 돌이킬 수 없고, 다시 어릴 수도 없더라구

그러니까 차라리 더 멀어지고 싶은거야 모든게 희미해 지도록. 그게 더 현실적이잖아.


청춘의 대표주자 엄홍식답지 않은 발언인데?


청춘, 청춘,. 지금 나한테 파란색이란게 있기는 할까?


모르지, 근데 그건 알겠다.

너한테 현실은 까만거고 기억은 파란거야.

잃어버린 10대처럼. 너의 파란 기억처럼


그래서 그런가봐, 더욱이 나처럼 까만놈은

단 하루도 그 날의 일이게 파란색을 그릴 수 없겠지.

어제 일기처럼, 그저께 일기처럼

결정적으로 오늘 일기처럼

온통 까만색의 비판과 부정들로 채워야겠지.

근데 그거 알아?

1년 전 오늘도 나는 분명 까맣기만 했는데

이제와 보니 너무너무 파란거야.

아니, 기억이니까 '푸르스름' 하다고 해야 하나?


너한테 파란건 오로지 기억뿐이구나.

틀린 말도 아니지, 어떤 젊음도 오늘에 청춘이 될 수는 없으니까

그건 그냥 기억이야, 과거형이지

지나와 돌아봤을때 저기 멀리서 반짝이는 지난 시절

그게 망할놈의 청춘인것 같다.


맞아. 기억, 그놈의 기억들..

그러니까 빨리 나이를 먹어서 지랄맞은 오늘도 아름다운 기억으로만 되새김질 됐으면 좋겠어.


되새김질 해서 어따쓰려구, 안주라도 하시게?


그것도 나쁘지 않지, 어른이 되는것 보단 멋지네

그래, 나이가 먹으면 그게 되야지.

한잔의 추억..

그때가 되면 칠흙같은 내 오늘이 

조금은 푸르스름하게 비치지 않을까?


그리고 시간이 지나 그때의 너는 더 무거운 세상을 안고 

지금보다 더 죽도록 까맣겠지.

오늘 이 파란기억을 돌이키고 싶을만큼


기억은 아름다운데 어째서 오늘은 아름답지 않은거지?

왜 오늘에다 빤짝이를 뿌리고 스모그를 깔아대며 아름답게 만들수는 없는 걸까?


네 눈은 너를 보고 있지 않잖아.

넌 잘 살아내고있어.

죽도록이나 아름답고 푸른 기억들을 만들어 내면서.

네 말처럼 시간이 지나서 네가 너를 바라보게 되면 알 수 있을거야.


'아름다웠구나

아, 그게 나의 청춘이었구나'

하며






.....

내 청춘은 아름다운가.. 모르겟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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