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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홍식 작은집 - 네가 본문

유아인/1일 1작은집

엄홍식 작은집 - 네가

LSGO 2016. 5. 3. 20:49

네가


2007.09.14 22:34



네가 죽지 못하는건 손목을 그을 무모함도 없고, 무심한 강에 뛰어들 만큼의 용기도 없기 때문이야. '죽겠다 죽겠다' 하면서도 결코 죽을만큼은 슬프지 않은거지.


난 슬프지 않아. 오히려 슬플땐 더 살고싶었어. 살아서 행복해져야 하니까. 그게 이유가 되버리는거지, 살아야할 이유.


그야말로 슬픈 이유구나, 근데 왜 죽고싶다는거야?


굳이 죽고싶다는건 아니야. '굳이' 살고싶지도 않단거지.


투정부리지마. 사랑에 빠져 허우적대는 얼빠진 로맨티스트들 말고는 행복으로 도배질하고 사는 사람은 본 적이 없어.


행복에 목말라서가 아니야. 흔하디 흔하게 한강다리에 올라가서 진짜로 미친개구리마냥 점프할 용기도 없고, 어설프게 수면제따위 털어넣고 119에 실려가면서 토악질할 염치도 없어.


그래, 그거야 넌 배부르게도 이미 '다음'을 생각 할 여유가 있는거지


 꼭 그렇지도 않아. 굳이 쌍팔년도 영화스런 방법들로 죽고싶진 않아도, 수면제  한알을 삼키고 병든 닭처럼 잠에 들면서 굳이 깨어나지 않아도 상관없겠다고 생각해. 그게 문제야.


..무기력하구나.


맞아. 오히려 약을먹고. 칠흙같은 어둠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나보다 더 적극적인지도 몰라. 그건 적어도 마지막 열정인거지.


듣고보니 그런것 같기도하네, 어쨌든 걱정은 더 안해도 되겠다. 넌 니말대로 죽도록이나 잘 살거야.


그래. 난 내일이면 또 당연스럽게 일어나 짐승처럼 밥을먹고 사람들에 섞이고, 일을하고 착하게도 웃어대며 하루를 보내겠지.


모두가 그래. 슬프지만 모두가 그렇게 사는거야.


그래, 그리고 또 침대에 누워서 생각할꺼야. 오늘이 마지막이어도 상관없겠다고










.....

위로가 되는 작은집 글.. 이런 검은글씨와 빨간글씨의 대화식 글들은 읽으면 위로를 많이 받는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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