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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홍식 작은집 - 개소리 본문

유아인/1일 1작은집

엄홍식 작은집 - 개소리

LSGO 2016. 5. 28. 14:16

(16.05.26 1일 1작은집)


개소리


2010.03.13 04:10



1


수년간 낯 간지러운 어리광으로 버려져 온 나의 문장들은

구차한 모양새로 엮여 처참히 이용당한 나의 단어들은

이제와 그 어떤 변명이나 원망으로도 다시금 일그러뜨리지 않으리라 다짐을 해도

외롭다고 썼던 어느 밤. 그 것 밖에는 쓸 것이 없던 그 밤으로

나는 다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외로움은, 고통은, 도 어떤 슬픔과 절망들은

내가 더 보태지 않아도 징글맞은 응석들로 지천에 널려있어서

다른 말로 짖어대던, 메아리치던 개소리는

얼마나 더 뒤틀려야 모가지가 따질런지

내가 더는 못 듣겠어서

멍멍. 내가 하는 개소리는요

나를 좀 봐달라던. 내게 귀 기울여 달라던.

내게 사랑을 주세요. 라던

돌아갈 수 없는 그때에 내가 가진 단 하나뿐이었던 '외로움'

이라는 말. 멍멍!!

대가리를 좀 만져주세요

"어이쿠 우리 개새끼."

하고




2


예쁜 것들은 예쁜 것 만이 아니고

사랑하지만 굳이 사랑은 아니야

봄은 쓸 데 없이 많은 시를 남기고,

꽃들은 쓸 데 없이 많은 의미를 가졌고,

이별해도 이별하지 않은 마음,

다 해도 하지 못 한 말들.

연약한 오해들, 덜떨어진 착각들


내버려 두지 못 한 말들, 너무 많은 의미들

너무 많은 사연들, 지긋지긋한 사람들

실체 없는 자유와 너무 많은 묵인들

출처 없는 감성들, 너무 많은 천재들

연고 없는 자아와 정처 없는 청춘들

너무 많은 가치들, 너무 많은 열쇠들


별이며 나비며 유난으로 펄럭여도

꽃은 항상 같은 자리에서 피고,

계절은 항상 이쯤에서 왔고,

완전한 이름에게, 완성의 의미에게

감히 내가 건방 떨지 않도록.


사랑에겐 사랑이라고 이별에겐 또 이별이라고

그래서 봄은 그냥 봄이고, 꽃은 꽃으로

충분한 말들, 가만히 두기를




3


쓰는것을 좀 멈추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미 한참 전에.

그리고 어째서 멈출 수 없는지에 대해 물어온다면 늘어놓을 삼천개의 이유들을 준비해두었다.

이제야 이게 뭔 개소린가 싶다면 일번.

내 개소리에 질려 네 소리가 얼마나 개소리인지 들려주는 퍽이나 쓸모있는 개소리이기 때문이다.

라고.


우린 좀 쉽게 쓰고 어렵게 '전체공개'해야 할 이유가 있어. 그것 역시 삼천개쯤.


....

그리고 2016년에 본인 인스타그램에 다시 올려줌..

https://www.instagram.com/p/BBIFL27QdoQ/

이 고화질 글씨들... 너무 부럽다........................나도 고화질 읽을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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